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언어 뒤편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한 작가적 언어놀이이자, 배우와 극장의 연극성을 극대화하는 유희성에 대한 고민으로 집필되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유치하고 과장된 언어와 형식을 차용하여 동시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도발적인 은유 속에 교묘하게 드러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소동의 이면에 진실은 사라진 채 실체 없는 허상만을 좇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무대 위 쫓고 쫓기는 배우들의 모습 속에 씁쓸하게 비춰진다. ‘극중극중극’이라는 3중 액자 구조로 연극과 현실, 실제와 허상,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실체인가?’라는 작품의 의미를 형식적으로 확장시켜 보여준다.
지난 해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를 통해 ‘2014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을 수상한 최치언(45, 창작집단 상상두목 대표)은 2009년 남산예술센터 개관작 <오늘, 손님 오신다>(최치언 작, 최용훈 연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남산예술센터에 올리는 두 번째 작품으로, 고전의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거침없는 풍자를 이어온 김승철 연출(52, 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