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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적)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소중한 사람들에 대하여

 [페어뉴스]=  저자인 고수리 작가는 ‘KBS 인간극장’ 팀에서 방송작가로 일했고, 카카오 브런치에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연재해왔다. 그녀의 요일들은 작가 자신을 비롯해 ‘평범한 주인공들’의 삶을 다룬 요일별 에세이로 연재 당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2015년 다음 카카오가 주최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금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제목처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격려와 희망, 따뜻함을 전한다.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어제 나의 일상 같은 글이, 친근하게 다가와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줄 것이다. 

2015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 수상작인 이 책에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공허하고 감상적인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소한 순간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유를 담았다. 그저 삶이라는 드라마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 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정성, 행복, 희망과 같은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바로 우리의 이웃들, 보통사람들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스쳐가는 타인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저자의 글들이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감동을 준다. 오늘을 잘 살아갈 힘을 준다. 문득 우주의 티끌만큼 작고 하찮은 존재라고 느껴질 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버거울 때,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고 너무도 못생겨 보일 때, 이 책의 글들이 응원처럼 다가올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글 

이 책은 한 편의 영화처럼 읽힌다. 삶의 풍경들을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들이 잘 정제된 영화 속 장면들을 마주한 듯 선명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텅 빈 새벽 거리에 눈 쌓이는 소리만 ‘싸박싸박’ 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에 총총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가던 엄마의 머리 위로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싸박싸박. 눈에 눈이 쌓이고, 눈끼리 조그맣게 부딪쳐 움직였다. 싸박 싸박 싸박.” 이 부분을 읽고 나면 ‘싸박싸박’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밤바다를 왈츠에 빗대 묘사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처얼썩 처얼썩. 바다는 노래한다. 어둠 속에 사라졌다가 달빛에 드러났다가, 수줍은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거대한 몸을 일렁, 또 일렁 움직인다. 4분의 3박자 느린 곡조의 왈츠. 바다는 우아한 춤을 춘다.” 이런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들이, 꼭 영화를 본 것처럼 마음에 진하게 남는 장면들을 만든다.
 
작가는 불행한 시간들 속에서도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포착해 담담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신혼여행 첫날밤 비행기가 한쪽 날개로 날아서 러시아 땅에 불시착했던 그때를 “반쯤 불행했지만 배로 행복했다”고 추억하고, 아빠가 술 드시고 오는 날이면 엄마, 남동생과 함께 집을 떠나 있어야 했던 순간을 ‘피크닉’이라고 표현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그리운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피크닉을 떠났던 밤들이었다. 가장 나빴던 그 시절, 불행을 피해 떠나야만 했던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 밤 속에서 춥고 불안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회상한다. 

이 책에는 사소한 순간들, 우리 곁의 보통사람들을 소중히 보듬는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책 곳곳에 우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마음들이 있다. 가공되지 않은 그녀의 일상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야말로 읽는 우리에게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게의 위안으로 다가온다. 읽는 내내 나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 고수리|쪽수 288쪽|값 13,000원| 첫눈출판사 발행

◆ 저자 소개

고수리

인터넷 뉴스 영상취재기자, 광고 기획 피디를 거쳐 ‘KBS 인간극장’ 팀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제목의 요일별 에세이를 연재해왔다.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그녀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에 당선되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는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한다.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 외딴 방에서, 미용실에서, 텅 빈 거리에서,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 바람이 불고 밤이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쓸 것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을 지웠다가 또 썼다가. 우리가 매일 말하는 익숙한 문장들로 싸박싸박 내리는 눈처럼, 담담하게 말을 건넬 것이다.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을.” 
책을 덮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일상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처럼.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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